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솔직히 처음 틀었을 때는 "또 성경 드라마겠지" 싶었습니다. 그런데 보기 시작한지 1분도 안 돼서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았습니다. 귀신 들린 여자가 골목을 뛰어다니고, 빚에 쫓기는 어부가 새벽 불법 조업을 감행하는 장면이 펼쳐지는데, 이게 그냥 성경 이야기가 아니라 제 얘기 같아서 멈칫했습니다. 《더 초즌(The Chosen)》 시즌 1, 1화는 IMDb 9.2점을 기록한 작품답게 첫 화부터 완전히 다른 결로 시작합니다.
줄거리와 영적메시지: 절망의 끝에서 이름을 불러주신 분
1화의 구조는 아주 단순합니다. 예수님이 등장하기 전까지 약 50분을 철저히 '인간의 실패'로만 채웁니다. 귀신 들려 홍등가를 전전하는 막달라 마리아(극 중 릴리스), 세금 압박에 못 이겨 안식일 조업까지 강행하는 시몬 베드로, 동족에게 배신자 취급받는 세리 마태, 그리고 자신의 율법 지식으로 귀신 하나 쫓아내지 못하고 도망치는 바리새인 니고데모. 저도 처음엔 "이렇게까지 인물들을 다 망가뜨려도 되나?" 싶었습니다. 그런데 그게 바로 이 드라마의 핵심 전략이었습니다. 니고데모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. 그는 이스라엘 산헤드린(Sanhedrin) 공회원입니다. 여기서 산헤드린이란 당시 유대 사회의 최고 종교 사법기관으로, 오늘날로 치면 대법원과 종교 의회를 합쳐 놓은 격의 권력 기구입니다. 그 권위의 정점에 선 자가 퇴마 의식(Exorcism)을 시도하다 귀신들에게 "네겐 아무 능력도 없어, 선생"이라는 말을 듣고 쫓겨납니다. 퇴마 의식이란 악한 영을 사람의 몸에서 쫓아내는 종교 의례를 가리키는데, 드라마는 이 장면을 통해 인간의 종교적 권위가 얼마나 무력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. 제가 직접 이 장면을 보면서 느낀 건 "공부 많이 하고 직위 높다고 구원이 되는 게 아니구나"라는 아주 단순하고 묵직한 깨달음이었습니다. 그리고 마지막 장면. 스스로를 포기하고 골목을 헤매던 마리아에게 예수님이 다가와 이사야서 43장 1절을 읊으십니다. "두려워하지 말라, 내가 너를 구속하였고,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, 너는 내 것이라." 구속(Redemption)이란 단순히 '사다'는 뜻이 아닙니다. 값을 치르고 종의 신분에서 해방시키는 행위, 즉 대가를 지불한 완전한 회복을 가리키는 신학 용어입니다. 세상 누구도 찾지 않는 사람을, 예수님이 먼저 이름을 부르며 찾아가신다는 이 장면 하나로 1화가 하려는 말은 다 끝납니다. 저는 그 장면에서 정말 울었습니다. 예상 밖이었습니다. 막달라 마리아: 귀신 들림과 자기 파괴의 끝에서 예수님께 이름으로 불림 받음 시몬 베드로와 안드레: 세금 체납과 불법 조업, 빚의 수렁에서 치안관 퀸투스와의 위험한 거래로 돌파구를 찾음 니고데모: 산헤드린 권위를 가지고도 귀신 앞에서 무력했던 종교적 회의감을 안고 "오직 하나님만이 할 수 있는 거야"라는 혼잣말을 남김 마태: 세리(Tax Collector)로 동족에게 철저히 배척당하며 시장을 홀로 걸어가는 고립의 일상을 살고 있음
요약: 1화는 예수님 등장 전까지 인간의 총체적 실패를 먼저 쌓아 올린 뒤, 마지막에 이름을 불러주시는 단 한 장면으로 모든 것을 뒤집는 구조로 설계된 걸작 파일럿입니다.
신앙성찰: 감동과 경계 사이에서 균형 잡기
《더 초즌》은 크라우드 펀딩(Crowdfunding), 즉 불특정 다수의 소액 후원자들이 제작비 전액을 투자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사상 최대 규모의 기독교 드라마입니다. 전 세계 누적 시청자가 2억 명을 넘어섰고, IMDb에서 9.2점을 유지 중입니다(출처: IMDb - The Chosen). 이 숫자가 말해주는 것은 단순한 종교 콘텐츠 소비가 아닙니다. 서사(Narrative)가 가진 힘, 즉 교리 설명이 아니라 이야기로 전달될 때 신앙의 메시지가 얼마나 깊이 파고드는지를 증명하는 수치입니다. 제 경험상 이 드라마는 교회에서 신앙이 식어가는 분들에게 특히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. 딱딱한 설교보다 마리아의 떨리는 눈빛 하나가 더 많은 것을 전달하는 경우가 있으니까요. 실제로 해외 크리스천 커뮤니티 Reddit의 r/TheChosen 게시판에서는 "성경을 다시 펼치게 만든 첫 번째 드라마"라는 후기가 수백 개 달려 있습니다(출처: Reddit - r/TheChosen). 문화 콘텐츠가 복음의 접촉점이 될 수 있다는 것, 저도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야 실감했습니다. 다만 한 가지는 꼭 짚고 싶습니다. 드라마가 주는 감동이 워낙 강렬하다 보니, 극 중 연출이나 대사를 성경의 사실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생깁니다. 예를 들어 니고데모와 퀸투스의 대화, 시몬의 형사 거래 장면 등은 성경적 고증을 바탕으로 하되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픽션(Fiction)입니다. 성경 정경(Canon), 즉 교회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공인한 성경 66권의 텍스트와 드라마 서사는 엄연히 구분해야 합니다. 감동에 머무는 것과 그 감동이 말씀으로 이어지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. 저는 1화를 보고 나서 이사야서 43장을 다시 펼쳤고, 그 구절이 드라마 밖에서도 살아있는 말씀이라는 걸 다시 확인했습니다.
요약: 《더 초즌》의 서사적 힘은 신앙의 문을 열어주는 훌륭한 도구이지만, 드라마의 감동은 반드시 성경 정경 텍스트로 돌아오는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.
1화를 다 보고 나서 제가 가장 오래 앉아 있었던 장면은 마리아가 "누구예요? 내 이름을 어떻게 알죠?"라고 묻는 그 짧은 순간이었습니다. 세상이 이름조차 불러주지 않던 사람에게, 예수님이 먼저 이름을 부르신다는 것. 그게 이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메시지입니다. 지금 신앙이 흔들리거나 교회와 거리가 생긴 분들이라면, 논문 읽듯 성경을 붙잡기 전에 이 드라마 1화 한 편을 먼저 보시길 권합니다. 말씀이 살아있다는 걸 이야기로 먼저 느껴보는 것도 분명 유효한 길입니다.
참고: 더 초즌(The Chosen) 시즌 1, 1화 — IMDb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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